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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 전략: 강대국 분쟁 시대의 미국 방위』 / The Strategy of Denial: American Defense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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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엘브리지 콜비(Elbridge A. Colby)
댓글 0건 조회 350회 작성일 25-06-0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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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브리지 콜비, 거부 전략: 강대국 분쟁 시대의 미국 방위

Elbridge A. Colby, The Strategy of Denial: American Defense in an Age of Great Power Conflict, Yale University Press (2021), 384 pp.


저자 트럼프 2기 국방부 정책차관

예상가능한 위협 대비에 전력 집중

직접 충돌 피하면서 지역 질서 유지

순차 전략에 맞서 반패권연합 구축

명확한 방어선 선제적 억지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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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의 모든 역량이 중국을 막는 데 집중되고 있다. 특히 중국 코앞에 있는 대만을 지키는 것은 큰 어려움이 아닐 수 없다. 대만이 중국에 넘어간다면 동북아 지역 패권은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다. 따라서 강력한 억지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데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데 있다. 트럼프 1기 시절 국방부 차관보를 지냈고, 이번 2기 정부에서도 국방부 정책차관으로 돌아온 엘브리지 콜비의 책이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조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전략적 접근법이 잘못됐고 매우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중국을 추격하는 위협으로 강조하지만 영역에 따라 협력할 수 있는 상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원과 정치적 의지가 산만하게 분산돼 있고, 중국과의 충돌에 대비하는 데 충분히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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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엘브리지 콜비는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을 맡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략적 선택과 집중

그는 국방 전략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략적 핵심지역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예상 가능한 위협에 대비하는 데 전력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시아를 중요한 전역으로 판단한다. 경제 규모가 가장 크기도 하지만 미국에 필적할 수 있는 중국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역 패권을 장악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나라다. 예상되는 큰 위협은 중국이 대만을 장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에서 질서 설정 능력(order-setting authority)을 갖춘 지역 패권국으로 부상하게 되고, 미국은 동북아와 서태평양에서 영향력을 상실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최우선 전략은 중국의 지역 패권을 거부(denial)’하는 것이다. 여기서 거부란 중국이 아시아 전체를 장악하지 못하게 미국의 군사적 억지, 연합군과의 집단적 협력, 명확한 방어태세 구축 등을 통해 막는 것이다. 이 전략은 중국과의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도, 그들의 야심을 저지하고 지역 질서를 유지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거부에 의한 억지(deterrence by denial)라고 표현한다. 이를 통해 미국에 유리한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미국의 의지와 능력이 중요하지만 중국의 부상을 반대하는 국가들과의 반패권 연합이 구축돼야 성공적 억지가 가능하다.

 

거부와 결속 전략

저자는 미국이 모든 예상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택가능성이 가장 높은 중국의 전략은 순차 전략(sequential strategy)이다. 대만 같은 핵심 국가를 고립시키고 군사적·비군사적 압력을 통해 굴복시키는 것이 전략의 첫 번째 단계다. 이를 통해 반중국연합 내부 결속과 신뢰가 약화될 것이고, 이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의 패권 획득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각개격파를 통해 순차적으로 패권을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에 대응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미국 중심의 반패권연합을 구축하는 일이다. 군사적 의지와 능력을 갖춘 국가들과의 집단적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중국의 순차 전략에 맞서는 집단적 대응 계획을 수립하며, 실질적인 군사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콜비는 이를 결속 전략(binding strategy)이란 이름으로 설명한다.

동맹 간 결속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전략적 중요성에 따라 동맹국 간에도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중국의 1차적인 공격 목표인 대만과 함께 일본과 호주를 핵심 동맹 국가로 지목한다. 미국이 지켜야 할 방어선(defense perimeter)인 셈이다. 다 같은 동맹국이라 해서 동일한 안보 우산을 제공해 줄 필요가 없으며, 중요한 나라에 더 높은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콜비는 차별화된 신뢰성(differentiated credibility)’이란 개념으로 이를 설명한다. 한국은 방어선 국가는 아니지만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넘어간다.

방어선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군사적 행동뿐만 아니라 일종의 정치적 신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중국에는 어디를 건드리면 미국과 충돌할지를 명확히 경고하는 것이고, 동맹국에겐 미국이 어디까지를 책임질 수 있는지를 투명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콜비는 이러한 전략적 명료함이 중국의 오판을 줄이고 전쟁 발발 가능성 자체를 낮추는 억지 효과를 발휘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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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동아시아 지역 패권을 지키기 위해 대만 방어에 우선순위를 둔 가운데 지난달 말 대만과 가까운 필리핀 북부 바탄섬에 대함미사일 시스템 네메시스를 배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25일 보도했다. 미군이 네메시스를 설치하기 위해 장비 일부를 C130 수송기에 싣는 모습. AP·연합뉴스

 

중국, 제한전 기반의 기정사실화 전략

군사전략에 있어서도 콜비는 중국의 선택에 주목한다. 중국이 지역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신속하고 제한된 공세를 통해 핵심 지역을 점령한 다음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동맹국의 개입을 차단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차지했던 방법이다. 예컨대 중국이 대만을 전격 침공해 단시간 내 주요 도시를 장악하고 해안을 봉쇄한다면 미국의 효과적 대응은 매우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한전에 기반한 기정사실화 전략이다.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바로 이러한 중국의 전략을 거부하는 것이다. 중국을 응징하거나 전면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적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전략이다. 우선 분쟁 가능 지역에 방어력을 배치해 공격 유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선제적 억지력의 강화다.

전쟁이 발생한다면 초기 단계에서 빠른 대응을 통해 영토 점령과 기정사실화를 막아야 한다. 이 과정에 동맹국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데, 평시 상호운용성의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거부 과정에서는 방어 위주의 작전을 펴야 한다. 과도한 반격이나 본토 공격은 확전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단기 충돌이 아닌 장기적 분쟁으로 갈 경우에 대비해 충분한 군수물자를 공급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전력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미국 중심의 거부 전략이 실패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은 일부 우방국(한국과 일본)에 대해 선택적인 핵무장을 허용할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지역패권에 견제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견제되는 상황에서는 핵확산을 거부할 것이라는 얘기다.

모든 전략이 그렇듯 완벽할 수는 없다. 대만을 미국의 핵심 이익으로 간주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에서부터 사실상 미군 주둔을 의미하는 선제적 억지력의 제공이 가능할지에 관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논쟁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미 행정부의 국방전략 설계에서 콜비가 담당할 역할을 고려한다면 그의 생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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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최영진은 국방전문가로 전쟁사, 전략론, 정신전력, 병력구조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방일보, 202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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